“0.01% 오차도 허용 않은 누리호, 대한민국 과학기술 새 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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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0.01% 오차도 허용 않은 누리호, 대한민국 과학기술 새 길 열었다”
  • 출판사동아일보사
  • 잡지명신동아

● 누리호 발사 잇단 성공에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우뚝

● 원활한 소통과 협업 위해 “칸막이 낮추라” 강조

● 과학에 진심인 윤석열 대통령의 잊지 못할 열정

● 사람이 자원, 유년기부터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필수

● 과학기술과 디지털 국제경쟁력 차원 다르게 높일 것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대한민국 최고의 자원은 바로 사람”이라며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홍태식 기자]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5월 25일 3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쏟아지는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과기정통부는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같은 최신 과학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부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과기정통부 초대 장관으로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임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반도체 기술과 관련 산업 활성화가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준 인사라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장관은 세계가 인정하는 AI 반도체 기술 분야 전문가다. 원광대 교수 시절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3차원(3D) 벌크 핀펫(Bulk FinFET)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벌크 핀펫은 평면 도형을 접어 입체로 만들 듯이 반도체 소자를 3차원으로 변형해 정보처리장치의 크기를 줄이는 기술이다. 이는 인텔의 ‘트라이게이트 모스펫(tri-gate MOSFET)’보다 특허출원일이 앞선 세계 최초 3차원 반도체 소자 기술로 반도체 시장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장관은 1987년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마이크로시스템기술연구소를 거쳐 원광대·경북대 교수를 역임했다. 2009년부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과 과기정통부가 운영한 소·부·장 특위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과기정통부 수장에 걸맞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이 장관을 6월 2일 만났다. 그는 “교육 현장에서 갑자기 행정부처 장관이 돼 취임 초반에는 유체이탈 상태처럼 정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각자 맡은 일을 잘해내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소탈한 면모를 접하니 어딘지 모르게 닮은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를 장관에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인연이 궁금했지만 잠시 뒤로 미루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은 누리호 얘기부터 꺼냈다.


누리호는 2021년 10월 21일 1차, 2022년 6월 21일 2차 발사가 이뤄졌다. 1, 2차 발사가 성능 검증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3차 발사는 처음으로 실용 위성을 우주로 데려가는 실전이다. 이번에 실린 위성은 차세대소형위성 2호(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 도요샛 4기(천문연), LUMIR-T1(루미르), JAC(져스텍), KSAT3U(카이로스페이스) 등 모두 8개다.




5월 25일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본 소감이 어떤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사실 발사에 성공하리란 것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책임감과 부담감이 엄청났다.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간 발사체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0.01%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었다. 발사 일정을 조금 늦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누리호 3차 발사도 성공하자 외국에 있는 과학자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가 우주 발사체를 연구·개발한 기간이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이토록 큰 성과를 올린 점을 놀라워했다. 그런 반응을 접하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뿌듯함을 느꼈다.”



누리호의 자부심

국민들도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럴 만하다. 누리호가 데려간 위성들이 정상 궤도에 올라 바로 임무에 돌입할 정도로 제어가 잘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위성을 띄운 일본도 발사에 가끔 실패했는데 우리는 연속으로 성공을 거뒀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누리호의 성공적 발사가 앞으로 우주산업과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구상과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이번 성공의 의의가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우리 기업과 연구기관이 만든 실제 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순전히 우리 힘으로 해냈다. 이번 성공으로 완성된 우주 수송 능력을 보유하고 발사체 신뢰성을 높여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 진출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민간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발사 운용에 참여해 새로운 우주경제 시대로 가는 길을 열었다.”


위성을 올림으로써 어떤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이미지를 이용하는 업체,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업체, 우주경제를 주도할 벤처기업, 우주 통신에 필요한 업체 등 굉장히 많은 사업체가 생겨 일자리가 늘어난다. 국민이 제공받는 위치 정보도 굉장히 정교해져 이를 활용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새로운 미래 산업 분야가 크게 발전하게 된다. 우주과학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인재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앞으로 선보일 우주 발사체 개발 계획이 궁금하다.


“누리호의 성공을 발판 삼아 앞으로 누리호보다 성능이 뛰어난 차세대발사체를 개발해 달 탐사 등 우주탐사에 도전하고, 우리 고유의 위성항법 시스템도 확보할 계획이다. 누리호는 382t을 들어 올리는 추진력을 보여줬고, 차세대 발사체는 500t 이상을 들어 올릴 거다. 그래야 지구에서 38만㎞ 떨어져 있는 달까지 착륙선을 보낼 수 있다. 아울러 관련 기업과 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클러스터를 조성해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어가겠다.”




소통과 협력으로 얻은 성과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5월 2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장관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소회가 궁금하다.


“30년 넘게 반도체 연구자로 일해 오다가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임명되고 나서 치열해지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어떻게 잘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우리 과기정통부 구성원들과 함께 정말 쉼 없이 달려온 1년이었던 것 같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가슴 뭉클한 애국심과 함께 우리 미래를 책임지는 과기정통부 장관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을 때가 먼저 떠오른다. 다누리, 누리호 2차·3차 발사의 연이은 성공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우뚝 선 순간이 그랬고, 한미동맹 70년을 맞는 올해 양국 관계가 안보·군사를 넘어 첨단기술을 중심에 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됐을 때도 그랬다. 대통령의 뉴욕 구상부터 국가 디지털 전략, 디지털 신질서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통해 대한민국이 디지털 심화 시대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철학이나 신념을 가지고 과기정통부를 이끌고 있나.


“철학과 신념이라고 표현할 만큼 대단하게 얘기할 건 없다. 내가 틀릴 수 있기에 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타 부처와 협력을 강조한다. 다른 부처와 협업해 좋은 성과를 내려면 부처 사이의 벽을 낮춰야 한다고 본다. 직원들에게도 칸막이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부처에서 도움을 청할 때 잘 도와주라고도 한다. 그래야 부처 간 신뢰가 쌓인다. 예전에는 인력 양성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던 교육부와 지금 잘 지내는 것도 그런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특별히 당부한 것이 있나.


“장관이 옳다고 한다고 무작정 따르지 말고 틀린 게 있으면 틀렸다고 얘기하라고 했다. 틀린 걸 지적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거나 마찬가지다. 과기정통부는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부처이니 한발 앞서 생각할 수 있게 전문성을 키우라고도 했다. 우리 부 특성상 유비무환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재임하는 동안은 정말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가 성공해 우리 부 직원들도 ‘내가 하는 일이 국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구성원들은 장관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직원 51%가 ‘장관과 같이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취임 초기에는 노조에서 교수가 뭘 하겠느냐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는데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있나.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으로 일할 때 대통령이 실제 현장을 보고 싶다며 찾아왔다. 연구소가 지은 지 30년이 넘었는데 설비가 노후해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었다. 거기로 교육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엄청 많은데 안에 들어가려면 헤어스타일이 망가지는 걸 감수해야 하기에 주요 인사는 바깥에서 투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달랐다. 당시는 대통령 후보로 등록하기 전이었는데 몸에 끼는 방진복과 방진모를 착용하고 기꺼이 안에 들어갔다. 그런 모습으로 40분을 함께 다니며 반도체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옷의 불편함을 아랑곳하지 않고 질문을 계속하며 진심으로 배우고자 했다.



‘우주협력’에서 ‘우주동맹’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 과학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어떤가.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취임하자마자 첨단 과학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해외 순방 때마다 가능하면 빼놓지 않고 과학기술이나 디지털 기술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현장을 방문한다. 미국 명문대학인 MIT를 함께 방문했을 때 윤 대통령이 미국 석학에게 양자와 디지털 바이오에 대해 많이 물었다. 대통령이 자리를 떠난 후 MIT 학장이 내게 ‘대통령이 바이오 분야에 대해 사전에 학습했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윤 대통령이 미국, 일본 등과 동맹을 강화한 부분은 특히 힘이 됐다. 이번 순방에서 한 단계 격상된 기술동맹을 십분 활용해, 바이오·우주·인공지능 등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


4월 미국 순방 때 대통령이 나사(NASA, 미국 항공우주국) 고다드 우주 비행센터를 방문했다고 들었다. 앞으로 우주 정책을 이끌어갈 한국판 나사, 우주항공청은 언제쯤 설립되나.


“우주항공청특별법 제정안이 4월 6일 국회에 제출돼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됐다. 법안 통과 시 우주항공청이 조속히 설립될 수 있도록 연내 개청을 목표로 내부에서 만반의 준비도 하고 있다. 나사 출범 직후 최초로 설립된 우주센터인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둘러보면서 우주항공전담 기관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우주항공청은 전문가가 주도하는 혁신 조직으로, 대한민국을 글로벌 우주강국으로 견인하는 중추 구실을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이 전담 기관을 중심으로 우주 개척 경쟁에 전념하는 만큼 우주항공청을 조속히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NASA 고다드 우주 비행센터에서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분위기가 어땠나.


“한마디로 굉장히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양국 간 ‘우주협력’이 ‘우주동맹’으로 한 단계 진화하는 자리였다. 윤 대통령 연설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연설 내용이 매우 유사할 정도로 양국 간 우주동맹에 대한 인식과 비전이 하나였다. 그런 공감대가 앞으로 공동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양국이 인력과 정보, 지식을 교류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기술이 들어간 위성 부품 수출통제 정책 때문에 한국은 발사체를 쏠 때마다 워싱턴의 허가를 받았어야 했다. 이번 방미 때 그 규제가 완화됐다고 들었다.


“위성 부품 수출통제가 완화되면 미국산 부품이 포함된 위성도 국내 발사체에 탑재할 수 있다. 위성 발사 수요가 점점 증가하는 상황이니만큼 국내 발사 서비스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기술에 대해서도 미국과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어떤 조치가 있을 예정인가.


“미국 방문 때 윤 대통령이 MIT를 방문해 바이오 석학과 대담했다. ‘앞으로 한국의 과학기술 인력을 보스턴으로 많이 보내고 기술이 기업으로 확산해 나가는 생태계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윤 대통령이 강조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6월 1일 디지털바이오 인프라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MIT 같은 해외 선도연구기관과 인력·기술 교류와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보스턴 디지털바이오 모델을 벤치마킹해 인재 양성, 기업 육성, 첨단장비 및 디지털 연구 플랫폼 지원까지 디지털 바이오 혁신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는 내용이다. 이뿐만 아니라 차세대 신약을 신속하게 설계하는 ‘항체설계 AI’, 희귀질환·암을 유전자 검사로 예측·관리하는 ‘닥터앤서 3.0’ 등 7대 선도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 지켜야

지난해 10월 정부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국가 생존에 꼭 필요한 핵심기술 12개를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했다. 3월 제정된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전략기술을 안정적,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적 토대인 셈이다. 이 장관은 “향후 5년간 범정부 차원에서 약 25조 원 이상을 투자해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양자과학기술은 무엇이고 산업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나.


“양자과학기술이란 원자·전자 등 미세 영역에서 나타나는 물리적 특성인 양자현상(중첩·얽힘 등)을 활용하는 과학기술이다. 쉽게 말하자면, 슈퍼컴퓨터가 100만 년이 걸려 풀 수 있는 문제를 수백 초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양자과학기술은 현재 기술이 가진 한계를 넘는 파괴적 혁신기술로 초고속 연산(양자컴퓨팅), 초신뢰 보안(양자통신), 초정밀 계측(양자센서) 등으로 산업적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상용화가 빠른 양자 암호통신 분야에서는 해킹이 불가능한 휴대폰 단말기와 요금제를 국내에서 출시했다. 해외에서는 초보적 수준이지만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클라우드로 제공한다. 6월 26~29일까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등 세계 양자 석학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퀀텀 코리아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국가양자비전을 발표하고 2023년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양자도약(퀀텀 점프)의 원년으로 삼겠다.”


올해 초부터 챗GPT 열풍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 정책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면 좋겠다.


“초거대 인공지능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 추론이 가능한, 우리가 잘 아는 ‘알파고’보다 수백 배는 더 똑똑한 인공지능이다. 대신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인공지능이 가진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왜냐면 가짜뉴스를 생성·유포하거나 악성코드·피싱e메일을 보내는 등 사이버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기정통부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성 확보를 균형 있게 달성하기 위한 인공지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자율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AI 신뢰성을 검·인증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지속하겠다.”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반도체 석학으로서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먼저 우리가 잘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계속 1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메모리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25%를 차지하는,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새로운 유망 분야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통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주체가 돼야 한다. 그래서 장관으로 취임하고 얼마 뒤인 지난해 6월 ‘인공지능 반도체산업 성장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활성화를 위한 초기 수요 창출, 산학연 협력 생태계 조성, 전문인력 양성 등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과학기술 발전의 필요충분조건

그동안 인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자원은 사람이다. 사람을 잘 키우는 게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려면 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이 어릴 때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교육부에서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시수를 2배로 올렸는데 가르칠 사람이 부족해 과기정통부에서 교사 양성을 도와주고 있다. 더 근본적 문제는 그렇게 교육 시수를 올려도 미국, 일본, 중국, 영국에 비하면 훨씬 적다는 것이다. 그래선 경쟁이 안 된다. 어릴 때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고 과학에 흥미를 느끼게 해야 차세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생긴다.”


차별화된 반도체 설계 인재 양성을 위해 올해 시작되는 특별한 정책이 있다고 들었다.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고급 인재 확보다. 이를 위해선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특별히 기존에 있는 반도체 공공 팹(Fab)을 활용해 설계 전공 학생들에게 칩(Chip)을 제작해주고 검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4분기 시범 서비스를 시작으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4년간 매년 6~12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매년 500~1000명의 학생이 본인이 공부해 설계한 내용이 잘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하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학생들의 교육 여건을 대폭 개선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설계 분야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겠다.”


첨단산업과 디지털 분야에 필요한 인재 육성 방안도 있나.


“탁월한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안정적 환경에서 연구개발에 몰입하도록 하기 위해 올해부터 ‘한우물파기’ 사업을 시행한다. 젊은 연구자가 10년간 연 최대 2억 원을 지원받아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12대 국가전략기술의 각 분야를 선도하고 기술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인재 육성 전략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연구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둔 인재 양성 체계와 인재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정책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다양한 디지털 분야 인재육성 사업을 연계한 ‘재능 사다리’ 사업도 올해 시작한다. 주기적으로 우수 인재를 교육할 기반도 마련했다.”


과기정통부 장관으로서 앞으로 중점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뭔가.


“지난 1년의 성과를 기반으로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싶다. 당장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 등을 통해 국민의 관심을 많이 받는 분야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6월까지 ‘국가 양자비전’을 수립하는 등 미래를 준비하는 일도 차근차근 매듭지을 생각이다. 올해 안에 우주항공청 특별법, 인공지능법 등 입법 과제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인재 양성을 위해 3월 도입된 계약정원제가 현장에 안착하도록 지원하겠다. 반도체 설계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 확대를 위해서도 힘쓰겠다. 윤 대통령의 과학기술과 디지털 혁신에 대한 깊은 관심에 부응해,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디지털 국제경쟁력 수준이 이번 정부 전후로 확연하게 차이가 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

[출처] 신동아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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