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에세이] 그림이 있는 에세이 / 꼬물이 / 강지만,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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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월간에세이] 그림이 있는 에세이 / 꼬물이 / 강지만, 화가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그림이 있는 에세이

 

꼬물이

 

강지만, 화가

 

작년 11월이었다. 출근하는 아침, 고물상 아주머니를 골목에서 마주쳤다. 마당에서 고양이들에게 밥을 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셨다. 일주일 전 고물상에 흰색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는데, 상처가 너무 심해 연고를 바르고 격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원래 그곳에서 사료를 먹던 길고양이에게 공격을 당했는데, 이후에도 지속적인 공격으로 격리해서 돌보고 있다고 하셨다. 급히 찾아가보니 공격했던 고양이는 의외로 사람을 잘 따르는 순한 암고양이였다. 그리고 몇 분 뒤, 암고양이 주변으로 한 달도 채 안 된 새끼 고양이 다섯 마리가 엉키며 뛰어놀고 있었다. 그제야 눈치를 챘다. 어미 암고양이는 새끼들을 지켜주기 위해 침입한 다른 새끼 고양이를 공격한 것이었다. 사태 파악 후 상처 입은 고양이를 보여주셨는데, 등뼈가 드러날 정도로 등가죽이 3분의 2가 드러나 있었다. 

그 뒤로 고양이를 안고 문막에 있는 동물 병원으로 갔다. 입원 절차를 하던 중 간호사께서 고양이 이름을 물으셨다. 같이 따라나선 아내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몇 분 전에 만난 고양이라 딱히 이름은 없지만, 고물상에서 만났으니 ‘꼬물이’라고 할게요!”라고 전했다. 급히 진료실에 들어가 소독을 했고, 벌려진 등가죽은 봉합이 안 되었던 살을 찢고 살을 늘려 가제 거즈 헝겊으로 덮어 급히 수습을 하셨다. 그리고 일단 생사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첨언하셨다. 병원에 두고 나온 뒤 고물상 아주머니께 말씀드렸더니 며칠 뒤 옥수수와 명태포, 병원비 절반이 들어있는 흰 봉투를 내주셨다.

그렇게 초겨울 꼬물이는 뜻하지 않게 우리집 거실에서 입원을 했고, 매주 두 번 병원에 내원하게 되었다. 그런 꼬물이를 의사 선생님은 진료비를 받지 않고 책임지고 살려보겠다고 다짐하셨다. 이후 고생스러운 3개월이 지난 다음 해, 상처 부위에는 솜털이 자라고 억울하게 처진 눈꼬리도 수평을 잡을 때쯤 완치 판정을 받았다. 3월 중순이 되어 마당에서 사료를 먹던 고양이들과 매일 아침 현관문을 열어 조심스레 콧등을 맞대고 서로의 냄새를 맡고 조금씩 교감을 나누고는 일주일 뒤 자연스럽게 마당 고양이들과 합사를 하게 되었다.

4월은 지역 예산으로 고양이 TNR*을 하는 기간이다. TNR은 지역마다 예산과 집행 절차가 다르겠지만, 이곳은 예산이 한정적이라 한 달 전부터 선착순으로 예약해야 한다. 매년 마당에 오는 고양이를 잡아 몇 마리씩 TNR을 시켰다. 주로 암고양이 위주로 먼저 한 뒤 수고양이를 했다. 포획한 곳에서 방사를 해주셔서 우리 마당에는 모두 TNR을 한 고양이들뿐이다. 꼬물이도 TNR을 하고 4월의 봄 햇살 아래에서 마당 고양이들과 자유롭게 뛰어놀던 중 무심한 듯 움츠리다 순간 주목나무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쉬고 있던 참새를 사냥하고 의기양양하게 입에 물고는 한동안 마당을 몇 차례 옮겨 다니다 자리를 잡고 날개털을 뽑아서 머리만 남긴 채 먹어치웠다. 그때는 다만 사춘기처럼 본능이 발현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여름이 왔다. 꼬물이는 풀밭 사이에 숨어있던 사마귀, 메뚜기, 여치, 잠자리를 잡더니 장마가 올 때쯤 개구리 네 마리를 마당에 뒤집어 놓았다. 초가을에는 꽃뱀 두 마리를 물고 풀밭을 배회하고 두더지 굴을 찾아 새끼 두더지 다섯 마리를, 시골 쥐 두 마리를 하루가 멀다 하고 물어 죽여 마당에 널어놓는다. 어느덧 한 해를 보낸 꼬물이는 우리집 마당의 최상위 포식자, 살생자가 되어있었다. “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날 골목길에서 고물상 아주머니를 따라나서지 말걸 그랬다. 꼬물아!”

 

 

*TNR(Trap-Neuter-Return). 길고양이 TNR은 개체수를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길고양이를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 후 원래 포획한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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