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에세이] 재미난 手作 / 숨겨진 아름다움, 은은한 행복 / 두나래, 유리공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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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월간에세이] 재미난 手作 / 숨겨진 아름다움, 은은한 행복 / 두나래, 유리공예작가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재미난 手作 

 

숨겨진 아름다움, 은은한 행복

 

두나래, 유리공예작가 

 

유리로 만들어진 물건들은 일반적으로 여름에 더 손이 가고,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유리 특유의 청량한 분위기와 시원한 촉감 때문일 것이다.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유리는 차갑고 딱딱한 소재이지만 유리를 사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자에게 있어서는 뜨거움 그 자체인 재료이다. 여러 색의 유리를 자르고 조합해 켜켜이 겹친 후 유리 가마에 넣은 뒤 가마 온도가 최고점에 도달한 상태에서의 유리는 말랑하고 자유자재로 중력을 타고 내려간다. 이때는 내부 온도가 800℃ 정도인 가마 앞을 지키며 내가 원하는 정도로 유리가 녹았는지 가마 문을 살짝 열어서 살펴본다. 가마 문을 열 때마다 뜨거운 공기가 얼굴과 팔에 훅 다가온다. 

 

대학에서 도예를 배우려는 생각으로 도예·유리과에 입학한 후 1학년 첫 유리 수업에서 신세계를 보았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그 분야가 있는 줄도 몰라서 찾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고, 몰랐기에 관심 밖이었던 유리 예술. 수업 첫 시간에 교수님께서 사진으로 소개해 주신 심플하고 깨끗한 유리 작품을 접하고 곧바로 그 차가움에 매료됐다. 아마도 여러 번 경험해 봤던 흙과는 정반대 분위기의 작품을 거의 처음 본지라 호기심이 더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차가운 유리의 매력을 느껴서 유리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만드는 유리 작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유리에도 따뜻함이 있음을 전해주고자 내 유리 작업의 브랜드는 ‘루셀로우 ’(LUCELLOW, lucent와 mellow를 더해 만든 합성어)이다. 우리 손안에서 그리고 테이블 위에서 부드럽고 포근하게 반짝이는 유리공예가 내가 지향하는 작업 방향이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유리 재료의 형태는 판유리이다. 공예용으로 만들어진 판유리는 투명한 것도 있지만 스펙트럼이 넓은 다양한 색상들이 이목을 끈다. 나도 이 재료들의 화려함에 욕심이 들어 이런저런 색들을 한 작품에 넣어서 작업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석사 청구전에서 선보인 단청 시리즈이다. 화려한 색상의 유리와 강렬한 단청의 조합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당시 꽤 많은 공을 들여 제작했고, 지금 봐도 완성도는 만족스럽다. 하지만 요즘은 제한된 색상과 단순한 형태에서 유리 소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모던한 매력의 유리공예 작품 사진을 보고 유리에 빠져들었던 초심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다수의 공예 작가들과 함께하는 판매전에 참가했는데, 나는 기존에 인기가 있었던 작업들과 함께 신작을 몇 개 가져갔다. 그중 하나는 스치듯 보면 그냥 흰색의 네모난 수저 받침대이지만, 조금 시선을 머물러 살펴보면 옆면에 얇은 색유리가 보이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여서 다소 신경이 쓰였다. 수백 가지의 작품 중 단숨에 이목을 끄는 작업은 아니었기에 아무도 이 얇은 색유리를 보지 못하고 지나칠 거라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보물찾기를 하듯 그 수저받침을 발견해냈고 마음에 들어 했다. 

다른 작품들 속에서든 누군가의 식탁 위에서든 강렬한 매력으로 특별히 주목받진 않아도 숨겨진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은은한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 지금 내가 작업에 담고 싶은 분위기이다. 다양한 색유리들의 유혹은 아직도 참기 어렵다. 내 작업에 담아보지 못한 예쁜 색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못다 한 것을 남겨두고 떠나올 때 다시 그곳에 가야 할 이유가 생기듯, 지금은 소량의 유리 색으로 긴 시간 작업을 해 보며 이 색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겨본 후 다음 작업의 색을 탐색해 보려고 한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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