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에세이] 아날로그 스토리/ 생의 감각, 자유를 열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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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월간에세이] 아날로그 스토리/ 생의 감각, 자유를 열망하다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서커스(Circus)는 몸이라는 물성으로 감성을 일깨우는 시적 언어이다. 정신과 육체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경계 너머로 나아가는 이 진기한 몸의 예술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서부터 오랜 역사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다. ‘빵과 서커스(Panem et Circenses)’는 로마 제국의 우민화(愚民化) 정책과 포퓰리즘을 상징하는 말로, 당대의 시대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민중의 삶과 함께 유유히 흘러온 전통 서커스가 다시 현대적 의미에서 대중에게 소구되고, 쇼 비즈니스 산업의 흥행을 견인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위대한 쇼맨 The Greatest Showman>(2017)으로 회자된 바넘(Phineas Taylor Barnum, 1810~1891)의 탁월함이 있었기 때문이다(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그러나 매스미디어의 급부상으로 문화산업의 지형에 균열이 생기고, 현실적인 비판과 부침을 겪으면서 결국 서커스는 침체기를 맞이한다.

그렇게 더 이상의 쇄신도 변화도 무력해진 세월을 견디던 중 서커스 역사에 작은 혁명이 일어났다. 1984, 캐나다 퀘벡의 거리에서 활동하던 곡예사 기 랄리베르테(Guy Laliberte, 1959~)가 거리의 예술가 20명과 협심해 젊음, 에너지, 을 상징하는 태양의서커스(Cirque du Soleil)’를 창단하게 된 것. 이는 아트서커스의 길을 개척하며 새로운 서커스 시대의 서막을 열었고, 양적·질적 성장을 통해 블루오션의 대표 사례가 되었다. 60개국 450여 도시에서 약 2억 명을 매료시키며 연간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함으로써 현재 가장 성공한 서커스이자 세계적인 공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15년 전 국내에도 상륙한 태양의서커스는 <퀴담>(2007·2015), <알레그리아>(2008), <바레카이>(2011), <쿠자>(2018)를 선보였고, 다시 4년 만에 <뉴 알레그리아 Alegría: In A New Light>(2022)로 돌아왔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으며 위기를 피할 수 없었던 태양의서커스는 정지된 시간을 깨우고 한국에서 인터내셔널 투어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2014<알레그리아> 25주년을 기념하며 재해석·재탄생한 <뉴 알레그리아>는 아트서커스의 진수를 거듭 증명하듯 비상하고 있다. 지난 10, 프레스콜에서 마이클 스미스 수석 예술감독은 열정책임감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동안 저는 태양의서커스 10개 작품을 함께 작업했는데, 열정을 빼놓고 일한 적이 없어요. 사실 저희 모두가 일중독이고 완벽주의자예요. 매일 밤 퇴근할 때 가장 사랑하면서도 저희만의 특권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매일 2천 명의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돌아갈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이죠. 물론 그만큼 책임감도 느끼고 있고요. 모두가 희열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특권이자 감사라고 생각해요.”

태양의서커스를 상징하는 대표 레퍼토리 <알레그리아>1994년 초연된 후 40개국 255개 도시에서 1,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환희와 감동의 순간으로 이끌었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서사 안에서 중력을 거스르는 자유로운 몸짓 언어가 환상적인 시각 언어로 확장되는 극적 체험을 하게 해준 것이다. 여기서 감각은 지각으로, 눈앞의 실제는 예술적 실재가 된다. 물성이 감성으로 치환되는 언어적 경험은 청각 언어인 음악을 통해서도 동시에 이루어진다. 주요 구성 요소로서의 음악은 고양된 감정으로 감동을 증폭시키고, 다섯 명의 뮤지션과 두 명의 싱어가 들려주는 음악의 다채로움은 무대의 완성도와 밀도를 높였다. 특히 타이틀곡 알레그리아55주간 빌보드 월드 뮤직 차트에 올랐고, 1996년 그래미 어워드에도 노미네이트되는 등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작품의 환상성은 공간에서부터 비롯된다. ‘르 그랑 샤피토(Le Grand Chapiteau)’라 불리는 빅 탑(Big Top·서커스의 대형 천막)에 들어서면 현실은 한발 물러나 환상에 자리를 내어준다. 제국의 왕궁을 재현한 2층 구조의 세트, 975의 압도적인 규모로 제작된 왕관 모형, 빅 탑 내부의 공기까지도 현재에서 과거를 소환하며 특별한 장소성을 확보한다. 이로써 예술적 상상력은 무대라는 환상적 공간에서 일상적 시간을 봉인한다.

<뉴 알레그리아>에서는 아크로 폴(Acro Poles), 저먼 휠(German Wheel), 파이어 나이프 댄스(Fire Knife Dance), 에어리얼 스트랩스(Aerial Straps), 플라잉 트라페즈(Flying Trapeze) 등의 역동적인 곡예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싱크로나이즈드 트라페즈 듀오(Synchronized Trapeze Duo)가 추가로 구성되었는데, 두 명의 아티스트가 그네를 타고 곡예비행을 하는 장면은 마치 짝을 지어야만 날 수 있다는 비익조 만만(蠻蠻)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생명력 넘치는 무대 연출을 선사한 아티스트들 중 플라잉 트라페즈(공중그네 곡예)의 두 아티스트는 몇 대째 가업을 이어온 서커스 집안에서 성장했고, 서커스 안에서 부부의 연도 맺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서커스는 어떤 의미일까.

“3대째 서커스 집안에서 자랐어요. (조상들은) 과거 전통 서커스부터 해 오셨죠. 서커스는 제 인생, 열정, 첫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5형제 중 한 명인데, 형제들도 서커스를 하고 있죠. 어릴 적 첫사랑인 서커스를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존재는 바로 관객이에요. 관객들이 바라봐 주는 눈빛으로 사랑하는 서커스를 위해 희생이면 희생이라 부를 수 있는 열정을 쏟아낼 수 있죠. 관객들은 저의 휘발유, 연료예요(아메드 투니치아니, 프레스콜 ).”

저는 5대째 서커스에 몸담고 있죠. 남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데, 하나를 덧붙이자면 가족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어요. 남편과 저는 호흡을 맞추며 함께 일하고 있고, 저희 아이들도 앞으로 이 세대에 합류할 수 있으니 가족이 중요하죠. 또한 이렇게 여정을 함께하며 투어를 다니고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기에 또 하나의 가족이 됐고요. 그래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죠(에스테파니 에반스, 프레스콜 ).”

무대 위 공백은 여백이 되고, 생의 감각은 모든 순간의 자유를 열망한다. 지상과 공중에서 피어나는 아티스트들의 몸짓과 동작, , 땀과 열정은 실존에 대한 기록이자 과거로부터 온 전언이다. 그들은 가능성에 대한 도전을 믿고 활공한다. 상승을 위한 하강, 하강을 위한 상승을 반복하며

 

 

 

 

글. 김신영 편집장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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