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에세이] 영화를 읽다 / 이젠, 다 괜찮을 거예요 / 최재훈,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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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월간에세이] 영화를 읽다 / 이젠, 다 괜찮을 거예요 / 최재훈, 영화평론가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영화를 읽다-13회 


이젠, 다 괜찮을 거예요 


최재훈, 영화평론가


당신의 2022년은 어떤가요? 길이 사라진 곳에서 여행을 시작해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는 않았나요? 현명한 인생의 가이드가 나타나 끝도 길도 모르는 이 막연한 여행을 이끌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나요? 하지만 여전히 막막한 인생이라는 여정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사고 같은 시간이 인생을 흔들어 놓을 때, 길을 이탈하는 법 없이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건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려야 하는 건지, 우리 모두 이번 생은 처음이라, 잘 알지 못합니다. 


눈 내리는 겨울 저녁, 작가 토마스(제임스 프랭코)는 운전 중 비극적인 사건을 만납니다. 그날 이후 토마스의 삶은 후회와 죄의식에 사로잡히고 말죠. 빔 벤더스 감독의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은 늘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삶에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들이닥친 사건을 어떻게 겪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우리의 삶과 그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2023년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정성껏 되물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길 위의 삶을 주로 보여주었던 빔 벤더스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인생이라는 길 위를 부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이전의 영화들이 길 위를 부유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뒤쫓는 영화라면, <에브리띵 윌 비 파인 Everything Will Be Fine>은 인생이라는 큰길 위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더 넓어졌습니다. 영화는 눈밭에서 시작됩니다. 하얀 눈 아래 길이 사라졌습니다. 어떤 것도 계획할 수 없는 인생이지만, 비극은 돌부리처럼 불쑥 누군가를 넘어뜨리고야 맙니다. 

주인공은 주술처럼 ‘에브리띵 윌 비 파인’, 즉 ‘다 잘 될 거야’라고 되뇝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우리 인생은 괜찮다는 말로 괜찮아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죽을 만큼 힘이 들어도, 진짜 죽지는 않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세 인물 토마스, 사라(레이첼 맥아담스), 그리고 케이트(샬롯 갱스부르)는 각각 죄책감, 위로, 상실과 극복이라는 상징을 맡아 인간의 삶과 그 궤적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중에서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삶 위에서 부유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속한 곳에서 길을 걸어야만 하는 토마스는 인생의 나그네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을 참 많이 닮았습니다. 그는 적당히 속물이고, 평범하게 비겁하고, 일반적으로 우유부단하고, 견딜 수 있을 만큼 무책임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1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으며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진 사람들의 삶과 그 관계를 좇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 밝힐 수는 없지만, 사건과 맞닿아 있는 소년 크리스토퍼와 토마스의 만남, 그리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 생각한 것보다 뜬금없고 시시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눅진눅진하게 마음에 눌어붙어 있던 죄의식과 화해하는 방법은 의외로 그렇게 간단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요? 무게에 비해 가벼운 결론, 인생이라는 두통에 시달려온 우리에게 처방전은 그렇게 간단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의식에 시달리지만, 작가로서 멀쩡한 삶을 이어가는 토마스는 제임스 프랭코를 만나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덧입었지만, 여전히 토마스의 태도에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길이 사라진 곳에서 여행을 시작해야 하는 나그네라는 가정을 해본다면, 어떤 것도 뚜렷하게 결정하지도 돌이킬 수도 없는 우유부단한 토마스가 어쩌면 연약하기에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우리 모습에 가장 가까운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모든 것이 괜찮을 거야’라는 이 영화의 제목은 나그네라도 길 위에서 잠시나마 쉬어가라는 주술 같은 소망 같아요. 그러니 우리도 이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요. 내일은 다시 괜찮아질 거예요.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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