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자국] 별에서 온 아가 / 안보라, YTN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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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첫발자국] 별에서 온 아가 / 안보라, YTN 앵커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첫발자국 

 

별에서 온 아가

 

안보라, YTN 앵커

 

5세가 되니 아이의 언어 수준과 상상력이 달라집니다. 작고 동그란 뇌는 쉼 없이 생각하고, 자라고 있습니다. 6세가, 또 7세가 되면 아이는 어떤 인생을 상상하고 실천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갈까요. 꿈을 꿀 수 있다면 이룰 수도 있단다. 부모로서 응원하며 지켜봅니다. 

요즘 아이는 부쩍 ‘삶과 죽음’, ‘탄생’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를 말하며) 할아버지는 언제까지 같이 살았어?(=언제 돌아가셨어?) 엄마는 언제 죽어? 나는 죽기 싫은데…. 엄마는 할머니 배에서 어떻게 나왔어? 아빠는 ○○ 할머니(시어머니) 배에서 어떻게 나왔대? 나는 누구 배에서 나왔어? 질문이 끝도 없습니다.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종알대는 종달새 같습니다. 대답해 주다 보면 하루가 다 흐르는 느낌이랄까요. 어찌나 수다스러운지 머리가 멍할 때도 있습니다. 육아 지침서를 보면 아이의 끝없는 질문에도 부모가 끝없이 대답해 줘야, 아이는 믿음과 확신을 갖고 자신만의 긍정적인 사고를 확장하며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날은 문득 색칠놀이를 하다 말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이의 빛나는 상상력에 말문이 막혔던 순간입니다. 

“엄마. 은유는 아기별에서 왔어.” 

세상에 ‘아기별’이라니?’ 이런 시적 감수성 무엇…. 엄마는 숨이 멎습니다. 하지만 무심한 척 물어봅니다. 

“그으래? 아기별은 뭐야? 아기들이 모여 있는 별이야?”

“응. 아기들이 이 세상에 오기 전에는 아기별에 모여 있거든. 거기서 아기들이 엄마 아빠를 골라서 세상으로 찾아오는 거야.”

“어머, 정말 신기하다. 그런데 은유는 어떻게 엄마 아빠를 고르게 된 거야?”

잠깐의 고민 끝에 나온 아이의 대답입니다. 

“내가 아기별에 있을 때는 엄마가 아닌 사람이 여러 명 있었어(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나,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엄마들을 지칭하는 듯했습니다). 다른 아기들은 다 엄마 아빠를 찾아서 갔어. 내가 쭉 골라봤는데 맘에 드는 엄마 아빠가 없었어. 그래서 아기들 중에서 내가 제일 늦게 엄마 아빠를 골랐어.”

“오오. 그랬구나. 그런데 은유는 아기별에 있을 때 엄마 아빠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

“아, 은유는! 은유를 제~일 잘 돌보아줄 사람을 골랐어. 그게 엄마 아빠야.”

잘 돌보아줄 사람? 순간, 아이에게 소리치고 윽박지르던 과거의 제 모습이 겹치며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흐름상 저는 숨 막히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음,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아보니 어때? 은유를 잘 돌봐주고 있다고 생각해?” 

“그럼, 당연하지! 은유는 엄마 아빠랑 함께 살아서 정말 행복해.”

반짝반짝 아이의 상상력이 빛나는 순간입니다. 사실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소중한 처음, 첫발자국입니다. 별에서 온 아가. 그래서 넌 언제나 빛이 나는 것이었구나. 아이에게 해준 것도 없는 듯한데, 부모를 향한 아이의 사랑은 늘 과분한 것 같습니다.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출장이 잦다는 이유로, 부부는 각각의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이제 보니 쓸데없는 감정이었네요. 부모는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는’ 존재가 아닌 그저 ‘곁에 있어주는’ 존재라는 말을 되새깁니다. 훗날 사춘기가 불쑥 찾아와 “누가 낳아 달랬어!”라고 반항할까 봐, 5세의 진심을 미리 기록해둡니다. “네가 선택해서 엄마 아빠에게 온 거란다. ㅎㅎ” 물론, 딸아이에게 사춘기가 와도 너무나 사랑하겠지만요. 

언제나 빛이 나는 아이를 향해, 앞으로 인생이라는 길 위에 수많은 첫발자국을 남길 아이를 위해 나지막한 음성으로 제 마음을 전해봅니다. 

“우리는 너를 만난 이후로, 이보다 더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 하루하루 지날수록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게 돼. 아마 내일은 더더욱 사랑할 것 같아. 이미 사랑이 가득한데도, 나날이 사랑이 커진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지. 아기별에서만 머물지 않고, 용기를 내어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 우리 아가를 이 세상에서 최고로 사랑해. 엄마 아빠도 부모가 처음이어서 많이 서툴고 부족하지만, 내일은 오늘보다는 더 나은 엄마 아빠가 될 수 있게 노력해볼게. 사랑한다, 우리 아가.”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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