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사진 한 장, 그 너머로 / 최수정,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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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On the Road] 사진 한 장, 그 너머로 / 최수정, 사진작가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On the Road

 

사진 한 장, 그 너머로

 

최수정, 사진가 

 

언젠가 내가 생을 마감한 후, 나의 장례식에서 그동안 나와 함께했던 기억을 추억할 수 있도록 사진을 걸어 놓고 싶다. 외국에서 지인들을 초대해 생전 장례식을 열었다던 사례와 같이 죽음을 애도하는 방법에 눈물이 적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함께했던 여행지의 사진을 보고 즐거움을 회상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각으로 찍힌 사진을 보며 시선의 다양함을 느꼈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로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과거에 내가 찍었던 사진의 장소를 찾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의무감을 만들어 주고 싶다.

 

돌아보면 예전에는 나에게 있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특별한 장소에 가야만 겨우 이루어졌던 행위였다. 그래서인지 과거의 사진들은 주로 해외를 방문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장기로 떠나게 된 유럽 여행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의미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떠났던 여행지들은 당시의 나에게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일주일 정도의 기간으로 다녀왔다. 

 

먼저 가보고 싶은 모든 관광지를 둘러보고, 현지인들이 여는 시장도 다녀와 봤다. 그리고  온몸으로 느끼는 액티비티도 즐기면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최대한 24시간을 빈틈 없이 보내고자 계획했다. 

그러나 막상 현지에서 뚜벅이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이곳이 일상의 공간인 것이 분명한데, 모두 여유로운 분위기로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동시에 나 또한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그날부터 계획에 대한 강박을 없애고 숙소 근처에서부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내가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곳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님을 체감하게 되었다. 그런 경험을 한 후,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매일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날의 하루가 어땠는지 떠올릴 수 있도록 하루를 기록하는 나만의 방법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매일 찍은 사진들이 시간의 궤적처럼 쌓이면서 사람들의 감상도 늘어갔다. 그중에서도 나는 타인이 사진 속에 담긴 장소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꼈다. 사진에는 내 눈에 담았던 찰나의 순간만이 담겨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감동을 주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그곳에 방문하고 싶다는 갈망을 드러낸 것은 사진 너머의 감명을 내면으로 상상하고 진심으로 느끼고 싶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이처럼 무언가의 일부가 담긴 사진 한 컷을 통해 한 사람의 미래에 작은 행선지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 되었다. 

 

사진은 누군가의 시선을 짧은 시간이나마 감상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다. 이는 인간의 몸으로는 절대 체험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인 것이다. 나,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훗날에도 추억할 수 있도록 나는 여전히 내가 걷고 있는 이 시간을, 이 공간을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사진 한 장, 그 너머의 세계를 그리며.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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