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의 그림카페] 아름답고 순수한 / 이은혜 , 일러스트레이터

내 캐시 : 0 캐시

총 결제 캐시 : 0 캐시

사용후 캐시 : 0 캐시

기사
문화·예술
[어느 오후의 그림카페] 아름답고 순수한 / 이은혜 , 일러스트레이터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어느 오후의 그림카페

 

아름답고 순수한

 

이은혜, 일러스트레이터 

 

“엄마! 난 생일 선물로 강아지를 받고 싶어!” 어느 날, 집 현관문을 들어섰는데 거실에서 온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조그맣고 눈이 아주 커다란 새끼 강아지가 부엌 쪽에서 뛰듯이 걸어 나왔다. 마치 엄마를 본 것 마냥 신나게 내 손바닥 안으로 쏙 안겼다. 손안의 작은 털 뭉치의 촉감이 여전히 따뜻하게 남아있는 듯하다. 크고 반짝반짝한 구슬 알처럼 생긴 눈동자를 보자마자 이름이 떠올랐다. “네 이름은 아롱이야!”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한 나의 첫 반려견과의 짧은 만남에 대한 기억이다.

그 후로 우린 가족이 되었고 천방지축 사랑스러운 웃음 바이러스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강아지를 키우는 지식과 경험이 너무 부족했던 그 당시의 우리 가족은 아롱이의 불편함을 알아채지 못했다. 아니,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게 맞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진정한 ‘가족’이 아닌 단순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명체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잘못된 배변 훈련인지도 모르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꾸짖고…. 그 스트레스인지 뭐든지 물어뜯는 버릇으로 집안의 물건들을 망가뜨려 혼내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아롱이와의 준비되지 않은 영원한 이별이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아픔으로 인해 가족들이 병원에서 지내는 일이 많아졌고 침울한 분위기에서 아롱이와의 헤어짐에 대한 아픔도 느끼지 못한 채 가까운 친구에게 잠시 맡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만날 수 없었고, 끝내 외로움을 알아주지 못한 상태로 아롱이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끝나버린 가족의 인연은 지금까지도 내 눈물샘을 자극하는, 잊을 수 없는 아픔과 미안함으로 남아있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그 속에서 한결같은 사랑을 느꼈다. 커다란 눈망울 속에는 항상 내가 있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려온다. 그 조그마한 강아지는 처음 내 손바닥 안으로 안기는 순간부터 ‘가족’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것이다. 가족에 대한 믿음으로 변함없이 옆에서 지켜주고 기꺼이 사랑을 내어주는 존재였던 것. 언제나 항상 옆에 있어주었다. 그 조그마한 몸뚱이로 자신보다 훨씬 큰 나를 지켜주듯이. 

아낌없는 사랑을 주지 못하고 끝까지 책임져주지 못했던 과거의 내 죄책감 때문일까. 현재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작가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의 모습이 가끔은 부끄럽게 여겨질 때가 있었다. 반려견과의 쓰라린 기억으로부터 그림의 영감을 받았고 한없이 못해준 기억만 남은 추억으로 인해, 나를 향한 깊은 애정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평소에 “강아지, 고양이를 왜 좋아해요?”라는 질문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반면, “강아지, 고양이를 왜 싫어해요?”가 조금 더 친근하고 익숙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분명한 것은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따뜻한 영향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 이유는 뭘까?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평생 가족으로 지내온 사람들은 더 잘 알 것이다. 나를 위해 꼬리를 흔들어주고 온 마음을 다해 표현해 주는 이 작은 존재를 보고 있으면 종이 위에 물감이 번지듯, 내 마음 종이에는 순식간에 좋아하는 색으로 채워지는 듯하다. 

어떠한 순간에도 내 옆을 든든히 지켜주고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여겨줄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인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다. 맑고 순수한 두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깊은 대화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몸짓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눈으로는 깊은 마음을 표현하는 듯 보인다. 반려동물의 눈을 그릴 때 가장 많은 애정을 쏟는다. 따뜻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두 점에 정성을 쏟는다. 그림에서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은 나의 사랑스러운 반려묘 ‘쟈니’와 기쁨과 슬픔의 순간들을 함께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아낌없는 사랑을 표현할 줄 알고 조금이나마 따뜻한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진정으로 순수하게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런 모습을 닮고 싶어 하는 마음 자체로 반려동물과 순수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반려동물의 아름답고 순수한 눈동자를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욱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2년 11월)
ⓒ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관련 잡지
월간에세이 Essay
정기구독가[12개월]    60,000원 50,000 (17% 할인)
발행사 : 월간에세이  |  한글 (한국) 월간 (연12회)  | 
주 제 : 문화·예술
발행일 : 매월 23일
발행사의 기사


관련 분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