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용이 날아간 자리마다 전설 담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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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용이 날아간 자리마다 전설 담긴 산
  • 잡지명사람과 산

 

강원도 자연휴양림의 산

Season Special

르포2 _ 용화산

 

 

자연휴양림~사여령~고탄령~용화산 정상~큰고개

 

굽이굽이 용이 날아간 자리마다

 

전설 담긴 산  

 

 

용화산 암릉 위로 흰 구름이 용솟음친다. 지네가 뱀을 이기고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전설에 어울리는 풍경이다. ‘용가는 곳에 구름 간다’던 옛말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골이 깊고 품이 너른 용화산에는 그 비경만큼 담긴 이야기도 많다. 애타게 자식을 소원하던 득남바위, 푸드덕 새가 날아갔다는 새남바위, 거인의 발자국이 깊이 파인 암석, 굽이굽이 산길을 걸으며 명산이 간직한 전설들을 듣는다.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길게 뻗어나간 기암괴석들이 두 도시를 가른다. 춘천과 화천의 경계에 솟아 오른 용화산(龍華山)은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중 하나이자 수도권에서 인기 높은 당일산행지이며 지역 클라이머들의 모암이기도 하다. 가볍게 걸을 수 있는 능선코스부터 한여름 가슴까지 시원한 계곡 트레킹, 전문가를 위한 종주산행까지 다양한 등산로들이 마련되어 있고 새남바위, 한빛벽, 장수바위 등에 다양한 암벽등반 루트가 개척되어 있으며 남서쪽 자락에는 자연휴양림이 있어 삼림욕과 휴양,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녹음 우거진 숲과 장쾌한 바위가 조화로운 산

 

청명한 초여름, 산 그림자가 새카맣도록 녹음이 짙다. “차량 여유가 있으니 큰고개에서 끝내는 게 좋겠네요.” 2006년부터 용화산자연휴양림에 근무해온 유현종(강원대 산악부OB)씨의 권유대로 휴양림에서 주능선을 따라 큰고개까지 산행을 진행하기로 한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의 탱크가 넘어왔다는 큰고개는 양통에서 가장 큰 고갯마루로 지방도로와 연결되어 차량이동이 용이하다.

색색의 텐트들이 꽃잎처럼 흩어져있는 캠핑장을 가로질러 사여골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휴양림에서 사여령까지는 약 1.8km, 햇살을 받아 첩첩히 겹쳐지는 나뭇잎들이 싱그럽다. 깊은 숲속의 오붓한 흙길을 삼십분 정도 오르자 용화산 주능선인 사여령을 만난다. 네 명의 여자가 살았다하여 사여령(四女嶺)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남서쪽으로는 배후령, 북동쪽으로는 고탄령, 큰고개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모두 과거 용화산성의 성문 역할을 했던 고개들이다. 사여령에서 배후령까지는 약 3.5km로 두 시간 남짓이 소요되며 38선 비석을 지나 오봉산까지 연장산행도 가능하다. 취재팀은 사여령에서 북동쪽으로 1km 정도 떨어진 고탄령을 향해 차분한 소로를 걷는다. 고탄령은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에서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로 넘어가는 고개다. 오랜 가뭄 탓에 참나무가 높이 솟은 숲길에는 모래 먼지가 풀풀 날린다.

양통갈림길부터는 본격적인 바위 구간이다. 밧줄과 펜스 등 안전장치가 마련된 암릉을 따라 가는 능선 좌우로 각종 기암괴석과 파로호와 춘천호의 너르고 아름다운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과연 육산과 골산의 매력을 모두 갖춘 강원도의 명산이다.

 

 

 

오랜 전설과 지역의 역사가 굽이굽이 흐른다

“불교 교리에 나오는 용화수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도 하고, 뱀과 지네가 싸워서 이긴 쪽이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전설도 유명하죠. 옛날에는 새남바우산으로도 불렸어요. 바위가 새가 되어 날아갔다는 얘기도 있고, 새가 바위를 넘지 못하고 떨어져 죽었다는 설도 전해집니다.”

골이 깊고 품이 넓은 용화산에는 그만큼 전해지는 이야기도 많다. 치성을 드리면 자식을 점지해줬다는 득남바위, 효심 지극한 심마니가 큰 산삼을 캤다는 심바위, 개를 잡아 기우제를 지냈다는 주전자바위, 선녀가 내려와 바둑을 두었다는 바둑바위 등등 기기묘묘한 암벽마다 그럴싸한 전설들이 따라온다. “요즘은 고상하게 득남바위라고 하지만 전에는 흔히 불알바위라고 불렀었죠. 십년 전만 해도 용하다는 무속인이 인근 샘터에 살았어요. 용화산의 영험함을 믿는 지역민들이 많이 찾았다고 하더군요.” 양통갈림길에서 한층 가까워진 득남바위의 본래 이름을 가르쳐주며 유현종씨가 쑥스럽게 웃음 짓는다.

탁 트인 풍경을 한껏 즐기며 양통갈림길에서 약 1.3km를 걸으면 용화산 정상에 도착한다. 높다란 참나무가 둘러싼 너른 공터에 사람 키만 한 정상석이 자리 잡고 있다. 정상에서 잠시 숨을 돌린 취재팀은 용화산에서 손꼽히는 조망을 보기 위해 주능선에서 살짝 벗어나 뾰족뾰족 솟아오른 칼세봉으로 향한다. 짐승의 이빨처럼 희고 날카로운 칼세봉에는 2008년 유현종씨가 개척한 리지 코스도 있다고 한다.

“저게 새남바위 암장입니다.” 유현종씨가 북서쪽 능선 아래로 환히 드러낸 암벽을 가리킨다. 높이 120m, 폭 150m에 달하는 새남바위는  1972년 강원대산악부와 타이탄산악회가 개척을 시작해 현재 16개 남짓의 루트들이 마련되어 있다. 깨끗한 화강암에 쭉쭉 뻗은 크랙들이 인상적이다. “저도 새남바위에서 등반을 처음 배웠어요. 흔치 않은 트래드 등반지로 지역 바위꾼들의 모암이지요. 조만간 노후한 확보물을 교체하고 루트를 청소해서 등반성과 안전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용화산에는 새남바위 외에 다양한 볼더들도 개척되어 있으니 많은 클라이머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강원대학교 산악부 출신으로 용화산에서 처음 등반을 배웠던 유현종씨의 목소리가 간곡해진다.

 

강원도의 절경을 즐기는 산행

 

새남바위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칼세봉 역시 절경이다. 너른 하늘벽과 뾰족한 촛대바위도 위엄이 넘친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로프 너머  암벽등반이 끝나는 지점마다 고정확보물이 반짝인다. “저게 거인 발자국이에요.” 유현종씨가 새남바위 정상부 암석 위에 길이 70cm, 폭  30cm로 둥글게 파인 부분을 가리킨다. “이게 오른발이고 내딛은 왼발은 저기 화악산에 있다고 합니다.” 눈을 드니 멀리 북쪽으로 화악산이 우뚝하다. 끝없이 녹색 파도가 일렁이는 산자락 위로 하얀 구름이 빠르게 달려간다. 그 장쾌한 모양이 용 같기도 새의 날갯짓 같기도 해서 전설 많은 산에 퍽 어울린다.

아름다운 풍경이 점점 뒤로 밀리고 마지막 절경은 물개바위에서 펼쳐진다. 척박한 절벽 끝에 몸을 꺾어 자라난 소나무와 꼿꼿하게 고개를 든 물개 모양 바위 앞에서 첩첩한 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지는 용화산의 전경을 마지막으로 뒤돌아본다. 물개바위에서 가파른 계단과 흙길을 300m 정도 내려가면 대뜸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어디선가 라면냄새가 나고 큰고개 너른 주차장에는 등산객들이 단체로 타고 온 대형버스가 여러 대 주차되어 있다. 큰고개에서 용화산 자연휴양림까지는 차로 30분 남짓이 걸린다. 용이 날고 산신령이 노니는 신비로운 꿈에서 아쉽게 깨어난다.

 

 

 

 

 

용화산 자연휴양림

2006년에 개장한 국립휴양림으로 용화산 남서쪽 자락에 위치해 있다. 용화산 자연휴양림은 인공침엽수림과 자연활엽수립이 조화를 이뤄 삼림욕을 즐기기 적절하고 암반으로 이어진 계곡은 여름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양서류, 조류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자연학습장으로 이용된다.

위치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사여골길 294  

문의 033-243-9261

 

시설현황 및 이용방법

휴양관과 숲속수련장에 총 24개의 객실을 갖추고 각 실 앞에는 나무의자와 테이블, 바비큐 그릴을 설치해놓았다. 야영장에는 30개의 데크가 마련되어 있다. 숙박시설은 당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이용 가능하며 성수기를 제외한 모든 화요일은 휴무이다. 7월 15일부터 8월 24일까지 여름 성수기의 예약은 추첨제로 진행된다. 6월 5일 오전 10시부터 11일 오후 6시까지 신청접수한 후 6월 12일 추첨 및 13일 결과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결제기간은 6월 13일 오후 4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이며, 미당첨 및 미신청 객실 선착순 예약은 6월 21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

 

체험프로그램

용화산 자연휴양림에는 전국 휴양림 중 유일하게 인공암벽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높이가 10미터에 폭이 8미터가 되는 인공암벽장이 조성되어 암벽등반전문가에게 기초교육을 받은 후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에코힐링캠프’라는 1박2일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계곡 트레킹, 인공암벽등반, 숲속 천문대, 노르딕워킹, 오리엔티어링, 목공예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에코힐링캠프’는 초등학생 1~6학년 자녀를 둔 3~5인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가족 기준 참가비 12만원(쓰레기봉투 700원 별도)이며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블로그의 모집 포스팅 댓글로 선착순 모집한다.

[출처] 사람과 산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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